남창희 (인하대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 안보국방위원장) 39명을 태운 CN-235가 미끄러지듯이 서울기지 활주로를 달리더니 가볍게 이륙했다. 국제정치학회 안보국방분과위와 공군발전협회의 대구 기지 견학은 작년에 이어 두 번째이다. 촘촘히 끼어 앉은 참가자 중에는 가벼운 흥분을 느끼는 젊은 연구원들도 섞여 있었다. 인하대 유무인기 복합 공중통제 개념 연구팀들이다. 한 시간이 채 안되었는데 곧 대구기지에 착륙한다는 안내 멘트가 흘러나왔다. 부드럽게 착륙하며 활주로를 이동하는 중 작은 창문에 F-15K의 위용이 비치자 탄성이 터져 나왔다. 쌍발 엔진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커 보인다며 자랑스럽게 바라보는 마음이 이심전심인 듯했다. 군수사령관, 공중전투사령관, 11전투비행단장이 도열하여 맞이하는 대구 기지의 첫 인상은 엄정한 군기가 몸에 밴 최전방 부대의 모습 그 자체였다. 일부 언론에 군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하루 종일 안보 최전선에서 체험한 부대 현장은 전혀 달랐다. 절도있는 동작의 에스코트 헌병들, 한치의 빈틈도 허락하지 않는 통제구역 관리 절차, 그리고 진지한 병사들의 눈빛 모두 믿음직한 우리 국군의 모습이었다. 부대 현황을 브리핑하는 목소리에는 자부심과 소명의식이 오롯이 배어 있었다. 국가에 대한 헌신이라는 명예를 먹고 사는 군에 대한 언론의 공정한 보도가 아쉬움을 더하는 순간이었다.

일행은 곧 장교식당에서 점심을 하며 공군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웠다. 최근에 동해 영공 부근에 출몰하는 제3국 항공기에 대한 이야기, 레이저 무기, AI와 호위 무인기군이 결합된 6세대 전투기 개발 현황 등 흥미로운 담소가 이어졌다. 현대전은 공중 작전영역을 지배하는 세력이 모든 전장(domain)을 지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이버, 우주, 전자장 영역도 중요한데 모두 공군이 수월성을 자랑하는 분야이다. 다중영역전투는 미 육군에서 발전시키고 있는 개념인데 미 해공군이 공동 개념·발전시킨 공해전투(AirSea battle) 혹은 합동접근기동개념(JAM-GC)과 밀접히 연관된다. 미군의 기획, 전력, 교리는 최근 부쩍 중국과의 지구적 경합 구도와 연동되어 정의되고 있다. 중국의 거침없는 일대일로, 진주목걸이의 세계 네트워킹에 1도련과 2도련을 염두에 둔 反접근/거부 전략(A2/AD) 구도에 대응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을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 한국의 대전략은 중국이 현상타파세력의 유혹을 버리고 현상유지세력으로서 이 지역에서 건설적인 이해상관자로 평화와 번영에 공헌할 것을 촉진하고 미국의 동아태 전략에 의미있는 파트너로서 역할과 능력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한국 공군은 국가대전략에 부합되는 역할과 임무개념을 도출하여 전력구조 발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대구 기지측에서 설명한 공군 전력 발전 현황은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전자전 능력, 수송전력 등 부족한 부분들이 있지만 정비창에서 AWACS에 탑승해 본 일행들은 조금은 위로를 받는 듯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보라매 사업과 6세대 전투기 개념연구는 공군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급 사업에 준하여 다루어야 할 사안이다. 왜냐하면 한미동맹의 전략적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국가안보에 사활적인 한반도 주변 공역 통제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F-15K의 공대공, 공대지 무장을 둘러 본 우리는 MCRC에 들어가 상세한 설명을 들었다. 한 여름에 벙커에서 임무에 집중하고 있는 20대 초반의 청년들의 얼굴이 대견스럽기 그지 없었다. 순간, 작년에 제대한 큰 아이 생각도 떠올리며 어깨를 다독여 주었다. 일행이 귀경하는 항공기로 이동할 때 국방대 후배교수와 102대대를 방문했다. 공군의 전설 김두만 장군께서 혁혁한 전공을 세운 이 부대는 여전히 공군 최정예 최강 대대이다. 개인적인 사담이지만 선친도 102대대에서 근무하시던 중 1970년 순직하신 인연이 있는 부대이기도 하다. 대대장은 비행 중이어서 전대장과 편대장들의 안내로 대대 박물관을 둘러 보고 휴게실에서 1950년대 3군사관학교 럭비 시합의 전설이라고 하는 선친의 활약상을 소개하였다. 선친은 유머 넘치고 다정다감한 성격에 특히 부하들을 사랑하는 분이었다고 공군 원로분들로 부터 여러 번 전해 들었다. 대대박물관에는 또 눈에 띄는 전시물이 있었다. 1960년 참모총장 김신 장군으로부터 받은 상장과 상패였다. 공군 제1회 공중사격과 대지사격대회 단체 우승상이었다. 김신 장군은 상해 임시정부 김구 주석의 아들이다. 공군은 광복군 출신인 최용덕 장군이 건군을 주도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국군의 자랑스러운 전통의 중심에 공군 원로들이 있다는 사실이 아쉽게도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공군역사기록단이 주도하여 국민들에게 홍보할 방안을 마련했으면 한다. 우리 사회 일각에 국군의 뿌리에 대한 편향되고 오도된 시각은 군의 사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욱 필요하다. 배웅 나온 대대원들의 건승을 기원하며 부대를 나오는 감회는 다른 안보견학과 달랐다. 아버지를 조국의 하늘에 바친 가족은 공군과 함께 국가의 안위에 공동운명체가 된다. 그 소중한 하늘을 지켜주는 멋진 조종사들을 바라보는 내 눈빛이 따뜻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번 안보견학에 참가한 학회 회원들이 매우 유익한 체험이었다는 감사 인사가 카톡방과 전화를 통해 이어졌다. 그 감사 인사는 지원 인력 한명 없이 모든 진행을 도맡아 주신 이영하 항공우주력원장님께 돌려야 한다. 퇴역 후에도 공군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그 정신은 진정한 군인의 모범이다. 자부심과 그리움이 교차한 보람된 하루를 보낸 KTX 귀가 길은 힘차고 뿌듯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