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발발하면 평상시의 생활은 사라지고 폭력과 죽음이 일상화되는 극단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때 사람들은 절실하게 자신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한다. 동일하게 주어진 상황에서 군인들은 동료의 수많은 죽음을 목도하며, 비장한 마음으로 자신의 죽음을 각오하고 포화 속의 전장으로 나아간다. 이는 오로지 국가와 국민, 가족들을 위해서다. 우리가 누리는 평화와 번영은 많은 호국영령의 피와 눈물, 헌신 덕분에 가능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인간이 죽음을 맞이할 때 일반적으로 매장 또는 화장의 방법으로 세상과 이별을 하는 장례를 치르게 된다. 한 명 한 명의 가치가 온 우주보다 소중하기에 우리는 가장 존엄하고 엄숙한 방법으로 그 사람에게 마지막 예를 갖춰 영원한 이별식을 치르고, 그의 삶을 추모하면서 기억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전쟁이 발발하면 전쟁의 참혹함과 일상이 된 수많은 죽음 앞에서 추모 여건을 살피기가 쉽지 않다.
6·25전쟁 1129일 매 순간, 참혹한 전투상황이 계속됐다. 유엔군 전사자 가운데 일부는 불비한 시설에서 화장 방식으로 장례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의 영결이 수행됐던 유엔군 화장장시설이 경기도 연천군에 등록문화재 제408호로 남아 있다. 경기역사문화유산원의 공개자료에 따르면 이 화장터는 6·25전쟁 당시 유엔군 전사자들을 화장하기 위해 1952년 건립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화장장 굴뚝만 남아 있는 상태다. 작은 구조물이지만 어떤 건물과도 대체할 수 없는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 현재의 자유로운 대한민국이 과거 어떠한 희생으로 지켜졌는지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기념비적 건물이기 때문이다.
전쟁기념사업회 자료에 따르면 유엔의 깃발 아래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유엔군 4만790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이 화장터에서 얼마나 많은 화장이 이뤄졌는지 정확한 자료가 남아 있지는 않다. 하지만 급박한 전세 속에서 수많은 사상자를 냈던 그 참혹한 전투현장에서 일부 전사자는 자신의 고국으로 송환되지 못한 채 이 화장터에서 한 줌의 재로 승화했다. 머나먼 이국땅에서 순직한 자식들의 죽음 앞에 부모들은 참담한 절망의 현실을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다. 생때같은 자식이 전사했다는 내용을 서신 또는 인편으로 듣게 됐을 때의 아픔과 고통을 우리는 감히 가늠할 수 없다. 그분들의 비통한 마음을 치유해 주시길 신에게 간절하게 기도하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으리라.
대한민국 국민의 헌신과 함께 자신들의 조국도 아닌 국가의 자유·평화를 위해 하나뿐인 목숨을 바친 ‘유엔군’, 그들의 희생 덕분에 자유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평화롭고 풍요롭게 살아가고 있다.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첫째, “자유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는 경구를 명심해야 한다. 그 희생을 바탕으로 우리 대한민국이 어떻게 지켜졌는가를 기억해야 한다. 자유를 지키다가 전사하신 그분들이 잊히지 않기 위해 헌신을 기억하고 기록해야 할 것이다. 이를 실행하지 않으면 우리는 국가의 생존과 관련된 귀중한 교훈을 잃게 된다.
둘째, 우리 후손들이 자유롭고 번영된 대한민국에서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더욱 부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우리의 숙명 같은 사명이다.( * 본 내용은 국방일보 2024.6.27 보도사항으로 관심있는 회원 여러분의 일독읅 권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