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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정은 지하요새 제거할 첨병, 벙커버스터 폭탄은
작성자 공군협회
작성일 2018-10-15 조회수 9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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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軍]北 김정은 지하요새 제거할 첨병, 벙커버스터 폭탄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가장 치열했던 이오지마 전투를 그린 영화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2006)에서는 미국 전함과 폭격기들이 일본군 지하 터널에 대규모 공격을 감행하지만 터널에 숨어있는 일본군은 피해를 입지 않고 미군에 반격하는 장면이 나온다. 

미국 공군 전투기에서 투하된 벙커 파괴용 폭탄이 지상에 설치된 콘크리트 벙커를 뚫고 들어가 폭발하고 있다. 미국 공군 제공


1945년 2월 19일 미국 해병대 2개 사단은 막강한 함포 사격과 공중지원을 받으며 이오지마에 상륙했지만 지하 벙커에 숨어있던 일본군 2만여명의 격렬한 저항을 받았다. 미국 해병대는 한 달여 동안 화염방사기와 수류탄, 바주카포 등을 총동원해 벙커들을 제압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2만8000여명의 사상자를 냈다. 같은해 8월 만주를 침공한 소련군도 일본군이 만주 동부 지역에 건설한 후터우 요새를 함락시키는데 한 달 가까운 시간을 소비했다. 항공기 폭격과 포병대의 포격에도 두꺼운 콘크리트 요새를 무너뜨리지 못하자 독가스를 환풍구에 흘려보내는 방법까지 사용해야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군은 이오지마처럼 지하 깊숙한 곳에 설치된 적 군사시설이나 튼튼한 요새를 파괴하려면 고(高)위력의 초대형폭탄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었지만 냉전 시대 전술핵무기가 개발되면서 잊혀졌다. 하지만 지하시설이나 벙커를 건설하는 국가들이 늘어나면서 이를 파괴하는 무기들이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 지하벙커 단번에 파괴하는 美 벙커버스터 폭탄

1991년 걸프전은 군인들의 기억에서 사라진 초대형폭탄이 다시 각광받는 계기가 됐다. 당시 이라크군은 사담 후세인 대통령 전쟁 지휘소를 비롯한 핵심 군사시설들을 지하에 건설했다. 다국적군은 압도적인 공군력을 투입해 공습에 나섰으나 별다른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 다급해진 미국 공군은 육군의 8인치 곡사포 포신을 활용해 지하시설 파괴용 폭탄을 만들어 이라크군 지휘시설을 성공적으로 공습했다. 이 폭탄이 벙커버스터라 불리는 GBU-28이다. 
 

미국 공군 F-15E 전투기가 지상 폭격훈련 도중 GBU-28 벙커버스터 폭탄을 지상표적을 향해 투하하고 있다. 미국 공군 제공


지하시설 파괴용 무기의 대명사가 된 GBU-28은 무게가 2t에 달하며 F-15 전투기에 탑재된다. 레이저유도장치와 고성능 폭약을 활용해 적 지하시설을 파괴한다. 전투기가 지하 시설이 위치한 장소를 적외선 레이저로 비추면 레이저가 전투기로 반사된다. 전투기 조종사는 반사된 빛을 이용해 GBU-28을 목표 지점으로 유도한다. 폭탄이 땅에 닿으면 지상에서 바로 터지지 않고 지하 30m(콘크리트는 6m)까지 뚫고 들어가 폭발한다. 날씨가 좋지 않으면 명중률이 떨어지는 GBU-28의 단점을 위성항법장치(GPS)로 보완한 GBU-37도 1997년 등장했다.

GBU-28은 미국 외에 이스라엘이 2005~2009년 이란 핵시설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지하 통로 파괴용으로 200여발을 도입했다. 한국도 북한 핵위협에 대한 억제력 확보 차원에서 2014년 150발을 실전배치했다.

미국 공군은 GBU-28을 코소보 전쟁 등에서도 유용하게 활용했다. 하지만 2003년 이라크전쟁에서 미국 공군이 GBU-28로 공습한 이라크군 지하시설 중 일부가 살아남으면서 새로운 폭탄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 결과 2010년 개발된 무기가 GBU-57이다.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 주둔하고 있는 B-2 스텔스 폭격기가 이른 아침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태평양사령부 제공

GBU-57은 개발된 지 8년이 지났지만 정확한 성능과 수량, 배치 장소 등 구체적인 정보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GBU-57은 무게가 14t에 달하며 위성항법장치(GPS)를 사용해 명중률을 높였다. 지하 100m(콘크리트는 60m)까지 뚫고 들어가 2.4t짜리 폭약을 폭발시킬 정도로 관통력이 뛰어나다.

GBU-57은 스텔스 폭격기 B-2에만 장착할 수 있다. 전시 상황에서 국가 수뇌부들은 내륙 깊숙한 지역에 미리 준비한 수십m 깊이의 지하시설에서 전쟁을 지휘한다. 전략폭격기 B-52H나 B-1B로 공습하려면 적 방공망을 사전에 제압해야 하므로 기습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 성능을 갖춘 B-2는 적 지하시설 인근까지 안전하게 침투해 GBU-57을 투하할 수 있어 기습 작전이 가능하다.

미국 공군은 수년 전부터 B-2에 GBU-57을 탑재해 적 지하시설을 파괴하는 훈련을 지속해왔다. 미국 공군은 확인을 거부했지만 2016년과 지난해에 걸쳐 B-2는 미국 미주리주와 뉴멕시코주 일대에서 GBU-57 투하 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B-2 3대를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 배치했다. 이를 두고 GBU-57도 괌에 함께 배치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으나 미국 태평양사령부는 군사보안을 이유로 확인을 거부했다.

◆ B-2와 벙커버스터…北 ‘코피 작전’ 선봉장 가능성

6.25 전쟁 당시 미국 공군의 폭격을 경험한 북한은 주요 군사시설을 지하화했다. 김일성 시절 시작돼 김정일 체제를 거치면서 구축된 북한의 지하시설을 6000~80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의 지하 벙커는 지하 100∼200m 깊이에 강화 콘크리트와 강철재로 만들어져 핵공격에도 견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평양을 비롯한 주요 지역에 대공포와 지대공미사일을 대규모로 배치해 튼튼한 방공망을 구축했다. 지난해 5월 27일에는 러시아의 S-300 지대공미사일과 유사한 신형 지대공미사일을 시험발사하는 등 방공망 현대화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미국 공군 B-1B 폭격기와 한국 공군 F-15K 전투기가 한반도 상공에서 비행훈련을 하고 있다. 미국 태평양사령부 제공


이같은 상황에서 북한 내륙으로 침투해 지하시설을 파괴하려면 △고(高)위력 초정밀 탄도미사일 발사 △항공기에서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발사 △항공기에서 벙커버스터 투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우리 군은 한미 미사일지침에서 탄두 중량 제한이 해제된 것을 계기로 사거리 800㎞ 탄도미사일에 1t 이상의 탄두를 탑재해 북한 지하시설을 타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탄도미사일 정확도가 순항미사일보다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하시설을 탄도미사일로 정밀타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F-15K 전투기에 탑재되는 사거리 500㎞의 타우러스 공대지미사일은 최대 8m의 콘크리트를 뚫을 수 있으나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차량과 핵시설을 타격하는 킬 체인(Kill Chain)의 일부라는 점에서 지하시설 타격에만 투입하기는 어렵다.

남은 방법은 한미 공군 F-15 전투기에 GBU-28 폭탄을 탑재해 공습에 나서는 것이다. 하지만 1991년 걸프전 직후 미국 공군 분석보고서에서 “이라크군 레이더에 너무나 쉽게 포착되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던 F-15를 북한 내륙으로 침투시키기는 쉽지 않다. 침투에 성공했다고 해도 지하철을 지하 150m에 건설할 정도로 지하시설을 매우 깊게 건설하는 북한의 특성상 GBU-28로 파괴할 수 있는 지하시설은 생각보다 많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결국 다수의 GBU-28을 순차적으로 투하해 파괴하거나 지하시설 출입구를 파괴해 시설 안에 숨어있는 인력을 고립시키는 식의 제한적인 작전만 수행이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 폭격기 B-2와 지하 100m까지 관통이 가능한 GBU-57이 결합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북한군 방공망은 강력한 스텔스 성능을 갖춘 미국 공군 폭격기 B-2와 제한적인 스텔스 기능을 갖췄지만 초음속 비행이 가능한 B-1B를 저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B-2에 GBU-57을 탑재해 북한으로 침투시킨다면 표적이 된 북한 지하 군사시설은 사전 징후를 알아차리기 전에 파괴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 공군 F-15K 전투기에서 발사된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지상 표적 위로 정확히 낙하하고 있다. 공군 제공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코피 작전’(Bloody Nose Strike)에서도 B-2와 GBU-57이 거론된다. 본보기식으로 북한 내 주요 시설 일부를 정밀타격해 겁을 주는 개념인 코피 작전은 이스라엘이 시리아나 레바논 등 주변국가들을 대상으로 적용해왔다. 1981년 6월 이스라엘 공군이 이라크 오시라크 원자로를 정밀폭격해 사담 후세인 정권의 핵개발 의지를 좌절시킨 것과 2007년 9월 시리아 동부 지역에서 아사드 정권이 북한의 지원을 받아 건설하던 원자로를 공중 폭격으로 파괴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북한의 핵 관련 시설이나 전쟁지휘시설 대부분은 지하나 산악지역에 위치해있다. 최대 지하 100m까지 뚫고 들어갈 수 있는 GBU-57은 미군이 코피 작전을 실행에 옮길 경우 유력한 옵션 중 하나로 평가된다. 미국이 실제로 대북 군사옵션을 발동하면 괌 앤더슨 공군기지나 미국 본토 주둔 B-2에 GBU-57을 탑재해 북한 전쟁지도부가 은신한 지하벙커를 타격해 적 전쟁지휘능력을 마비시키는 참수작전을 감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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